정책 · 제도 변화 해설 ③ 우리 회사 아직 퇴직금 제도인데, 퇴직연금으로 바뀌면 나한테 유리할까?

연구소장 준혁 / 정책·제도 변화


제가 다니는 중소기업은 아직 퇴직금 제도를 쓰고 있습니다.

입사할 때 회사에서 “퇴직금은 근속 1년당 1개월분 평균임금”이라는 설명만 듣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습니다. 매달 월급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퇴사할 때 받으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 “퇴직연금 의무화 범위를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우리 회사처럼 아직 퇴직금 제도를 쓰는 곳도 퇴직연금으로 바꿔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그게 나한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감이 정확히 안 왔습니다. 그래서 직접 알아봤고, 솔직히 중소기업 직장인에게는 퇴직연금이 더 안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이유를 정리합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 뭐가 다른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 두 제도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한 건 최근입니다. 핵심만 말하면 이렇습니다.

퇴직금 제도: 회사가 내부적으로 돈을 쌓아두었다가, 직원이 퇴사할 때 지급합니다. 돈이 “회사 안에” 있습니다.

퇴직연금 제도: 회사가 매달 금융기관(은행, 증권사 등)에 돈을 넣어둡니다. 돈이 “회사 바깥에” 있습니다.

항목퇴직금퇴직연금
돈이 있는 곳회사 내부외부 금융기관
회사 부도 시받지 못할 위험 있음금융기관에 보관되어 보호
운용없음 (그냥 쌓임)펀드, ETF 등 투자 가능
중간 확인어려움앱에서 잔고 확인 가능

이 차이를 알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회사가 망하면 퇴직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였습니다.


중소기업이라서 더 불안한 이유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라면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을 확률이 지극히 낮으니 퇴직금 제도여도 크게 걱정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고, 솔직히 우리 회사가 10년 뒤에도 존재할 거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물론 당장 셧다운 할 것 같다는 뜻은 아니지만, 중소기업 환경에서는 거래처 문제, 업황 변화, 대표의 플랜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고 걱정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회사가 폐업하면서 퇴직금을 제대로 못 받은 사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체당금 제도(정부가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한도가 있고 절차도 복잡하다고 합니다.

퇴직연금이라면 이 걱정이 없습니다. 돈이 금융기관에 별도로 보관되어 있으니, 회사가 어떻게 되든 제 퇴직 자산은 안전합니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중소기업 직장인에게는 퇴직연금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 퇴직금이 지금 얼마인지 계산해봤습니다

퇴직금 = 1일 평균임금 × 30일 × 근속 연수

저는 현재 근속 5년, 월 평균임금 약 333만원(연봉 4천만원 기준)이므로:

퇴직금 추정액: 약 1,665만원

이 돈이 지금 “회사 안 어딘가에” 있다는 뜻입니다. 별도의 통장이나 금융기관에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회사의 일반 자금과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퇴직금을 별도 계정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 회사가 퇴직연금(DC형)으로 전환된다면, 이 1,665만원이 금융기관으로 이전되고, 거기에 매달 회사가 추가로 적립하는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퇴직연금 DC형과 DB형, 뭐가 다른지

퇴직연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DB형 (확정급여형): 퇴사 시 받을 금액이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고, 직원은 퇴사 시 약속된 금액을 받습니다. 퇴직금 제도와 받는 금액 자체는 비슷하지만, 금융기관에 보관되므로 자산 보호가 됩니다.

DC형 (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고, 직원이 직접 운용합니다. 투자를 잘하면 퇴직금보다 많이 받고, 못하면 적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항목DB형DC형
운용 주체회사내가 직접
퇴직 시 수령액사전에 확정운용 결과에 따라 변동
적합한 경우연봉 상승 폭이 큰 직장연봉 상승이 크지 않은 직장

저처럼 중소기업에서 연봉 인상 폭이 크지 않은 경우, 실은 DC형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DB형은 마지막 3개월 평균임금 기준으로 퇴직금이 정해지는데, 연봉이 크게 안 오르면 DB형이나 퇴직금이나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 DC형은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퇴직연금에서도 방치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퇴직연금의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퇴직연금을 방치한다는 점입니다.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어도 원리금 보장형 예금에 넣어두고 한 번도 안 건드리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원리금 보장형의 금리가 연 2~3% 수준인데, 물가 상승률이 3~4%라면 실질적으로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겁니다. 이러면 퇴직연금으로 전환한 의미가 퇴색됩니다.

저는 현재 회사에서 가입된 퇴직연금(DC형)이 있다면 이렇게 운용할 계획입니다:

  • 70%: S&P500 또는 전세계 주식 ETF (장기 성장)
  • 30%: 원리금 보장형 예금 (안전자산 의무 비율)

IRP와 마찬가지로 퇴직연금도 위험자산 비율이 70%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70%만 주식형으로 운용해도 장기적으로는 원리금 보장형만 넣어둔 것과 큰 차이가 납니다.


퇴직연금과 IRP는 어떻게 연결되나

퇴직연금을 이해하면 IRP와의 관계도 명확해집니다.

퇴사할 때 퇴직연금에 쌓인 돈을 IRP 계좌로 이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퇴직소득세를 바로 내지 않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서 **낮은 세율(3.3~5.5%)**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IRP로 이전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바로 냅니다.

즉, 퇴직연금 → IRP 이전 → 연금 수령이라는 흐름이 세금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경로입니다.

저는 아직 퇴사 계획이 없지만, 나중에 이직하거나 퇴사할 때 퇴직금을 바로 쓰지 않고 IRP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워두었습니다. 이 한 번의 선택이 수백만원의 세금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도가 바뀌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

현재 퇴직금 제도를 쓰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지금 당장 두 가지를 확인해보세요.

1) 회사가 퇴직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총무팀이나 인사팀에 “우리 회사 퇴직금은 어디에 적립되어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별도 금융기관에 적립되어 있다면 비교적 안전하지만, 회사 일반 자금과 섞여 있다면 회사 경영 상황에 따라 위험할 수 있습니다.

2)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일부 회사는 직원이 원하면 퇴직연금(DC형)으로 전환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회사 규모가 작아서 퇴직금 관리가 부담되는 경우, 오히려 회사 쪽에서도 퇴직연금 전환을 환영하기도 합니다.


정리: 중소기업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이 더 안전합니다

퇴직연금 의무화 확대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든, 중소기업 직장인으로서 제가 내린 결론은 명확합니다.

  1. 자산 보호: 회사가 어떻게 되든 내 퇴직 자산은 금융기관에 안전하게 보관됩니다.
  2. 운용 기회: 20~30년 근무 기간 동안 투자를 통해 퇴직금보다 더 큰 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3. IRP 연계: 퇴사 시 IRP로 이전하면 세금을 줄이면서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퇴직연금은 직접 운용해야 한다는 책임이 따릅니다. 원리금 보장형에 방치하면 물가만큼도 못 따라가니, 최소한의 투자 전략(주식형 70% + 안전자산 30%)은 세워두는 게 좋습니다.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우리 회사의 퇴직금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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