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 연금 분석 – IRP를 은행에서 열까 증권사에서 열까: 직접 비교하고 증권사를 선택한 이유

연구소장 준혁 / IRP·연금 분석


IRP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처음 부딪힌 문제는 “어디서 계좌를 열지?”였습니다.

주거래 은행 앱에서도 IRP 가입 버튼이 보이고, 증권사 앱에서도 IRP 가입이 가능하고. 둘 다 같은 “IRP”인데 뭐가 다른 건지 처음에는 전혀 감이 없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은행은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고, 증권사는 ETF 투자가 가능해서 수익률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정확히 뭐가 얼마나 다른 건지 직접 비교해본 뒤에 증권사를 선택했습니다. 그 과정을 공유합니다.


은행 IRP와 증권사 IRP, 핵심 차이부터

세액공제 혜택은 어디서 가입하든 동일합니다. 16.5%(또는 13.2%) 세액공제율, 연 900만원 한도 — 이건 금융기관과 상관없이 같습니다.

차이가 나는 건 계좌 안에서 무엇에 투자할 수 있는지입니다.

항목은행 IRP증권사 IRP
예금가능가능
펀드일부 가능다양하게 가능
ETF 직접 매매대부분 불가가능
투자 자유도낮음높음
주요 고객투자 안 하고 싶은 사람직접 투자하고 싶은 사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ETF를 직접 살 수 있느냐입니다. 은행 IRP에서는 대부분 예금이나 은행에서 제공하는 펀드만 선택할 수 있고, S&P500 ETF를 직접 매수하는 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증권사 IRP에서는 국내 상장된 ETF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습니다.


제가 증권사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

은행 IRP의 대표 상품은 원리금 보장형 예금입니다. 2025년 기준 금리가 약 2.5~3.5% 수준입니다.

증권사 IRP에서 S&P500 ETF에 투자하면? S&P500의 장기 평균 수익률은 연 약 7~10%입니다. 물론 매년 보장되는 건 아니고 -20%가 나는 해도 있지만, 20년 이상 장기 투자 시 이 평균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20년간 적립했을 때로 비교해봤습니다.

조건: 매년 300만원 납입, 20년 유지

운용 방식연 수익률20년 후 자산
은행 예금형 (3%)3%약 8,100만원
증권사 ETF형 (7%)7%약 1억 3,100만원
차이약 5,000만원

같은 돈을 넣는데 어디에 넣느냐에 따라 5,000만원 차이가 납니다. 물론 ETF는 원금 보장이 안 되지만, 20년이라는 시간이 변동성을 상당 부분 흡수해줍니다. 이 계산을 보고 “은행에 넣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IRP는 위험자산 비율이 70%로 제한되므로, 저는 이렇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 70%: S&P500 ETF (장기 성장)
  • 30%: 증권사 연금 예금 (안전자산 의무 비율)

수수료도 비교해봤습니다

IRP는 장기 투자 계좌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작아 보여도 20~30년 누적되면 큰 차이가 됩니다.

IRP 수수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계좌 관리 수수료: 증권사와 은행 모두 최근에는 온라인 가입 시 수수료 면제가 일반적입니다. 저도 증권사 앱에서 가입했는데 계좌 관리 수수료는 0원입니다.

2) 투자 상품 운용 보수: ETF에는 자체 운용 보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TIGER 미국S&P500 ETF의 연 보수는 약 0.07% 수준입니다. 반면 은행에서 제공하는 펀드는 운용 보수가 0.5~1.5%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운용 보수 차이를 20년으로 환산하면:

구분연 보수1억원 기준 20년 누적 수수료
증권사 ETF (0.07%)0.07%약 140만원
은행 펀드 (1.0%)1.0%약 2,000만원

같은 자산을 운용해도 수수료만으로 1,860만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장기 투자에서 수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은행 IRP가 맞는 사람도 있습니다

증권사가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닙니다. 다음에 해당한다면 은행 IRP가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은행이 맞는 경우:

  •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고, ETF가 뭔지 모르겠는 분
  • 원금이 1원도 줄어드는 걸 견딜 수 없는 분
  • IRP를 세액공제 목적으로만 쓰고, 운용은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분

이런 분들은 은행 IRP에서 원리금 보장형 예금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세액공제 혜택(16.5% 또는 13.2%)은 동일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 자체가 “넣는 순간 확정 수익”이니까, 운용을 안 해도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습니다.

증권사가 맞는 경우:

  • ETF가 뭔지 알고, 직접 매수할 의향이 있는 분
  • 20년 이상 장기 투자로 접근할 수 있는 분
  •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싶은 분
  • 이미 연금저축에서 ETF 투자를 하고 있는 분

저는 이미 연금저축에서 S&P500 ETF를 매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IRP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같은 증권사에서 열면 앱 하나로 둘 다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계좌 개설 시 제가 겪은 주의점

IRP 계좌를 열 때 몇 가지 겪은 일을 공유합니다.

1) 12월 말에 급하게 열면 위험합니다

저는 12월 29일에 IRP 계좌를 개설했는데, 증권사에서 개설 완료까지 하루가 걸렸습니다. 30일에 겨우 입금해서 그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하루만 늦었으면 내년으로 넘어갈 뻔했습니다.

IRP 계좌 개설은 늦어도 12월 초에는 해놓으세요. 계좌만 열어두고 납입은 나중에 해도 됩니다.

2) 증권사마다 투자 가능한 ETF 목록이 다릅니다

모든 증권사에서 모든 ETF를 매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IRP 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은 증권사가 미리 등록해둔 목록 안에서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입 전에 “내가 사고 싶은 ETF가 이 증권사 IRP에서 매수 가능한지” 확인하세요.

3)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전도 가능합니다

이미 은행 IRP를 쓰고 있는데 증권사로 바꾸고 싶다면, 계좌 이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전 과정에서 기존 상품을 매도해야 하고, 처리 기간이 2~3주 걸릴 수 있습니다.


정리: 20년 넘게 쓸 계좌이니, 처음에 잘 선택하세요

IRP는 한번 개설하면 수십 년간 유지하는 계좌입니다. 처음에 어디서 열었느냐가 20년 후 수천만원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 증권사 IRP (ETF 매매 가능, 수수료 낮음)
투자를 전혀 안 할 거라면 → 은행 IRP (원리금 보장, 신경 쓸 것 없음)

어느 쪽을 선택하든 세액공제 혜택은 동일하니, “IRP를 어디서 열지” 고민하느라 가입 자체를 미루는 게 가장 큰 손해입니다. 일단 열고, 나중에 필요하면 이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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